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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의 7월에는 냇가 잘 자란 미루나무 한 그루 솟아오르고 또 그 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 찬물들은 반짝이는 햇살 수면에 담아 쉼 없이 흘러갔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착한 노래들도 물고기들과 함께 큰 강으로 헤엄쳐 가버리면 과수원을 지나온 달콤한 바람은 미루나무 손들을 흔들어 차르르차르르 내 겨드랑에도 간지러운 새 잎이 돋고 물 아래까지 헤엄쳐가 누워 바라보는 하늘 위로 삐뚤삐뚤 헤엄쳐 달아나던 미루나무 한 그루. 달아나지 마 달아나지 마 미루나무야, 귀에 들어간 물을 뽑으려 햇살에 데워진 둥근 돌을 골라 귀를 가져다 대면 허기보다 먼저 온몸으로 퍼져오던 따뜻한 오수, 점점무거워져 오는 눈꺼풀 위로 멀리 누나가 다니는 분교의 풍금소리 쌓이고 미루나무 그늘 아래에서 7월은 더위를 잊은 채 깜박 잠이 들었다.

 

-7월-흑백사진/정일근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 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음을 휘저어놓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 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신경숙 짧은 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p.747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별안간 무엇인가가 그를 움켜쥐어 그녀의 발밑에 몸을 던지게 했다.

그는 울면서 그녀의 무릎을 안았다. 처음 한순간, 그녀는 몹시 겁에 질려 얼굴이 죽은 사람처럼 되었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뛰어 일어나 와들와들 떨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눈에 한없는 행복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해한 것이었다. 이미 그녀에겐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두 사람을 부활시킨 것은 사랑이었다. 서로의 마음속에 다른 또 한쪽의 마음을 위해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이 간직되어 있었던 것이다.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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